재작년에 처음으로 “이제 나도 좀 제대로 굴려보자” 하고 비율을 정했어요. 검색해보니 다들 20%는 해야 한다고 하길래 저도 그렇게 잡았습니다. 두 달 만에 깨졌어요. 그다음에 다시 잡은 것도 넉 달쯤 가다가 무너졌고, 세 번째로 세팅한 게 지금까지 1년 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뭐가 달랐는지 회차별로 적어둡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재무 전문가가 아니고, 이 글은 특정 상품이나 투자를 권하는 글도 아니에요. 제 경우엔 이렇게 하니까 유지가 되더라는 기록이고, 적정 비율은 소득·지출·목표에 따라 사람마다 다릅니다.
1차 — 남들이 말하는 비율 그대로: 2개월 만에 중단
실수령액의 20%를 매달 투자에 넣기로 했어요. 계산은 간단했습니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에서 20% 떼서 증권계좌로 옮기고, 나머지로 살면 되는 거니까요.

1차 때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림. 문제는 여기에 없는 항목이 있었다는 거예요.
두 번째 달에 바로 깨졌어요. 그달에 친구 결혼식이 두 개 있었고, 자동차 보험 갱신이 걸렸고, 부모님 생신이 겹쳤습니다. 결국 증권계좌에 넣어둔 돈을 다시 빼서 썼어요. 세 번째 달에는 아예 이체를 안 했고요.
이때는 제가 의지가 약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 구조 문제였습니다.
깨지고 나서야 계산에서 빠진 걸 찾았어요
왜 매번 그 모양인지 궁금해서 그때 제 통장 내역을 1년치 다 훑어봤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매달 나가진 않지만 매년 확실히 나가는 돈이었어요. 경조사비, 보험 갱신, 명절, 여행, 병원비 같은 것들이요.
이걸 저는 계산에 아예 안 넣고 있었습니다. “생활비”에 뭉뚱그려 놓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생활비 안에서 감당이 안 되는 규모였어요. 그러니까 매달 그럭저럭 굴러가다가 이런 게 두세 개 겹치는 달에 무조건 터지는 구조였던 거죠.
나중에 알았는데 금융감독원 재테크 상담 사례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더라고요. 매달 170만원씩 저축하던 사람이 상담을 받았는데, 저축액이 사실상 월 소득 범위를 넘어서서 입출금통장에 모아둔 여유 자금까지 끌어다 쓰고 있었다는 내용이었어요. 저축을 많이 한 것처럼 보여도 실질 저축액은 목표보다 적어지는 상황이라고요. 그 사례에서도 비정기지출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던 점이 원인으로 꼽혔습니다(파이낸셜뉴스 2026년 3월 2일 보도).
제가 실제로 한 계산카드 앱과 은행 앱에서 최근 12개월 내역을 받아서, 매달 안 나가는 항목만 따로 표시했어요. 경조사·명절·여행·보험 갱신·병원비·의류. 이걸 1년치로 더한 다음 12로 나눴습니다.
연간 비정기지출 합계 ÷ 12 = 매달 미리 떼어둬야 할 금액
저는 이 숫자가 생각보다 커서 좀 놀랐어요. 이걸 안 빼고 비율을 잡았으니 깨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 작업이 생각보다 귀찮아서, 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헤맸던 부분만 몇 개 적어둘게요.
일단 12개월치를 다 봐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최근 3개월만 보고 계산했다가 완전히 틀렸어요. 명절이나 여름 휴가처럼 특정 계절에만 나가는 게 빠져버리거든요. 계절을 한 바퀴 돌아야 실제 규모가 나옵니다.
그리고 카드 하나만 보면 안 되더라고요. 저는 체크카드, 신용카드, 계좌이체, 간편결제가 다 흩어져 있었는데 계좌이체로 나간 경조사비가 제일 컸어요. 카드 내역만 보면 이게 통째로 빠집니다. 은행 앱에서 출금 내역도 같이 받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애매한 건 일단 비정기로 넣었습니다. “이게 매달 나가는 건가 아닌가” 헷갈리는 항목이 꽤 있었는데, 고민하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가더라고요. 애매하면 비정기로 잡아두는 게 안전한 쪽이라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2차 — 비정기지출은 넣었는데, 비상금이 없었음: 4개월 만에 중단
그래서 이번엔 비정기지출용 통장을 따로 만들고, 매달 그 금액을 먼저 옮긴 다음 남는 걸로 비율을 다시 잡았어요. 확실히 전보다 오래 갔습니다.
근데 넉 달째에 노트북이 고장 났어요. 수리비가 예상보다 크게 나왔는데, 비정기지출 통장에는 그해 경조사 예산이 들어 있어서 손대기가 애매하더라고요. 결국 투자 계좌에서 뺐습니다.
이때 배운 건 비정기지출과 비상금은 다른 돈이라는 거였어요. 비정기지출은 “언제 나갈지 아는 돈”이고, 비상금은 “언제 나갈지 모르는 돈”이라서 같은 통장에 두면 결국 섞입니다.
세 번째로 세팅한 순서
두 번 깨지고 나서 순서를 완전히 바꿨어요. 비율을 먼저 정하는 게 아니라, 비율을 마지막에 정하는 방식으로요.
먼저 실수령액을 정확히 적었습니다. 세전 연봉 말고, 실제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요. 급여명세서를 보면 4대 보험과 세금이 빠진 실지급액이 나오는데, 저는 그동안 대충 어림잡은 숫자로 계산하고 있었더라고요. 상여가 있는 달은 편차가 있어서, 상여 없는 달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그다음 고정비를 목록으로 뽑았어요.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구독료. 특히 구독료는 이때 처음 다 세어봤는데 안 쓰는 게 몇 개 있어서 정리했습니다.
구독료 찾는 방법은 카드사 앱에서 정기결제 내역을 보는 게 제일 빨랐어요. 카드사마다 ‘정기결제 관리’ 같은 메뉴가 따로 있어서 뭐가 매달 빠져나가는지 한 번에 보입니다. 저는 여기서 1년 넘게 안 쓴 서비스 두 개를 발견했어요. 금액 자체는 크지 않았는데, 이걸 정리하고 나니 그만큼 투자 쪽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비정기지출 월 환산액을 뺐고, 여기까지 하고 남은 돈이 제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었어요. 처음 생각했던 금액이랑 차이가 꽤 났습니다.
순서를 이렇게 바꿨습니다:
실수령액 → 고정비 차감 → 비정기지출 월 환산액 차감 → 비상금 적립분 차감 → 남은 돈 안에서 생활비와 투자 비율 결정
비상금은 목표 금액을 정해두고 먼저 채웠어요. 몇 달치 생활비 정도를 목표로 잡고, 그게 채워질 때까지는 투자 비율을 낮게 가져갔습니다. 이게 심리적으로 컸어요. 예전엔 돈 나갈 일이 생기면 투자 계좌를 쳐다봤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졌거든요.
비상금 통장은 일부러 평소 안 쓰는 은행으로 만들었습니다. 주거래 은행 앱을 열면 잔액이 눈에 보이니까 자꾸 “이 정도는 써도 되겠지” 싶어지더라고요. 앱을 따로 깔아야 확인되는 곳에 두니까 확실히 손이 덜 갔습니다. 대신 정말 필요할 때 바로 뺄 수 있어야 하니까 예금처럼 묶어두진 않았어요.
3차 — 남은 돈 안에서 비율 정하기: 1년 넘게 유지 중
결과적으로 지금 제 투자 비율은 1차 때 잡았던 20%보다 낮습니다. 처음엔 “이거밖에 못 하나” 싶어서 좀 아쉬웠어요.
근데 1년을 놓고 보니 실제로 계좌에 쌓인 금액은 지금이 훨씬 많더라고요. 1차, 2차 때는 넣었다 뺐다를 반복해서 남은 게 거의 없었거든요. 비율 숫자가 높은 것보다 안 깨지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금감원 상담 사례에서도 무리한 투자보다는 저축 가능 금액 중 일부를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단기 자금은 예·적금으로 두고 중기 이상 목적 자금부터 적립식 투자로 시작하라는 언급이 있었어요(파이낸셜뉴스 2026년 5월 15일 보도). 제가 겪은 순서랑 비슷해서 좀 안심이 됐습니다.
유지되게 만든 건 사실 자동이체였어요
솔직히 비율을 잘 계산한 것보다 이게 더 컸습니다. 계산은 한 번 하면 끝이지만 매달 옮기는 건 의지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월급날 다음 날로 자동이체를 다 걸었어요. 급여통장에서 생활비 통장, 비정기지출 통장, 비상금 통장, 투자 계좌로 각각 나가게요. 급여통장에는 아무것도 안 남게 세팅해두니까 “이번 달은 좀 줄일까” 하고 고민할 여지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자동이체 걸 때 챙긴 것
날짜는 월급날 다음 날로. 당일로 걸었다가 입금 처리가 늦어서 이체 실패한 적이 있었어요.
카드 결제일도 같이 확인. 결제일이 이체일보다 앞이면 순서가 꼬입니다.
그리고 비율을 다시 볼 시점을 미리 정해뒀어요. 저는 연봉이 조정될 때, 이사할 때, 큰 고정비가 생기거나 없어질 때 이렇게 세 가지를 트리거로 잡았습니다. 앞서 본 금감원 상담에서도 급여 인상이나 목적 자금 달성 같은 이벤트가 있으면 지출을 다시 파악해 저축·투자·노후 비중을 조정하라는 조언이 있더라고요.
얼마 전에 월세가 오르면서 실제로 한 번 조정했는데, 그때 다시 계산해보길 잘했다 싶었어요. 안 건드렸으면 또 어딘가에서 조용히 깨지고 있었을 것 같거든요.
요즘도 가끔 “남들은 더 넣던데”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SK하이닉스 주식도 많이 떨어졌던데 다들 주면에서 걱정하더라고요. 해당 내용은 여기 참고해요. 그럴 때마다 1차 때 두 달 만에 다 빼서 썼던 걸 떠올립니다. 그때 제 비율은 20%였지만 1년 뒤 남은 돈은 0에 가까웠고, 지금은 그보다 낮은 비율로 매달 그대로 쌓이고 있으니까요. 숫자를 올리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한 번 깨진 습관을 다시 세우는 건 훨씬 오래 걸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