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얼마나 필요한가? 정년퇴임 은퇴 후 필요한 자금에 대해서

작년에 아버지가 정년퇴직하셨어요. 명절에 내려갔다가 “이제 매달 얼마로 사시냐”고 여쭤봤는데, 아버지가 대답하시면서 좀 머뭇거리시더라고요. 연금이 얼마 나오는지는 아시는데, 그걸로 부족한 만큼을 어디서 채우는지는 그때그때 통장에서 꺼내 쓰신다는 얘기였어요. 그 얘기를 듣고 집에 와서 제 걸 계산해봤는데, 사실 저도 시작조차 못 했습니다. 제 연금이 얼마 나오는지를 몰랐거든요. 그래서 그것부터 확인하고, 다섯 칸을 순서대로 채워봤습니다.

아래는 제가 실제로 채워본 계산 순서예요. 숫자는 각자 다르니까 빈칸으로 뒀고, 그 칸을 어디서 확인하면 되는지를 같이 적었습니다. 저는 재무설계 전문가가 아니고, 이건 정밀한 노후설계라기보다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감이라도 잡자”는 수준의 계산이에요.

칸 1 은퇴 후 매달 얼마가 필요한가

제일 먼저 채워야 할 칸인데, 여기서부터 막히더라고요. 지금도 생활비가 들쭉날쭉한데 20~30년 뒤를 어떻게 아나 싶었어요.

참고할 만한 조사는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4년에 실시한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50세 이상이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가 개인 기준 월 197만 6천원, 부부 기준 298만 1천원으로 나왔어요. 최소 생활비는 각각 139만 2천원, 216만 6천원이었고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쪽 수치는 이보다 높아서 부부 기준 적정 336만원, 최소 240만원 수준입니다.

근데 이 숫자를 그대로 쓰면 안 되겠더라고요. 건강보험공단 웹진에 국민연금연구원 자료를 설명한 내용을 보니, 이 조사는 연령대별·거주지역별로도 따로 발표되는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생활비가 낮아지고 지역은 서울, 광역시, 도 순으로 높다고 해요. 뉴스에 나오는 건 그걸 다 합친 전체 평균인 거죠.

칸 1 → 은퇴 후 월 생활비  만원

이 칸을 채우는 두 가지 방법① 위 조사에서 내 예상 은퇴 연령대와 거주 지역에 해당하는 수치를 찾아 쓰기 (국민연금연구원 누리집에서 보고서 확인)
② 지금 우리 집 월 생활비를 기준으로 잡기 — 은퇴하면 소비가 줄어서 현재 생활비의 70~75% 수준으로 잡는다는 조언이 있습니다(농민신문 보도 인용 기준)

저는 두 방법으로 각각 계산해봤는데 차이가 꽤 났어요. 그래서 둘 다 적어놓고 중간쯤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②번 방법으로 할 거라면 지금 생활비부터 알아야 하는데, 이것도 막상 물어보면 정확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저는 카드 앱과 은행 앱에서 최근 12개월 지출을 뽑아서 12로 나눴어요. 이때 은퇴하면 없어질 항목(교통비 일부, 자녀 교육비, 대출 원리금 등)은 빼고, 반대로 늘어날 항목은 남겨뒀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아, 지금 이만큼 쓰고 있었구나” 하는 것도 같이 알게 됐어요.

칸 2 매달 들어올 연금은 얼마인가

이 칸이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제가 제일 부끄러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 눈에 띈 대목이 하나 있었는데, 연금 가입자의 86.6%가 자신의 예상 연금 수령액을 모른다고 답했다는 내용이었어요. 노후 준비 서비스를 이용해본 비율은 1.6%에 그쳤고요. 저도 딱 그 86.6%에 속해 있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어요. 국민연금은 공단 홈페이지나 앱에서 본인 인증하면 예상 연금액이 바로 나옵니다. 지금까지 낸 이력 기준으로 계산된 금액이라, 앞으로 계속 납부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같이 볼 수 있어요.

확인 경로: 국민연금 —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또는 앱에서 '내 연금 알아보기' → 예상연금액 조회 퇴직연금·개인연금까지 한 번에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통합연금포털은 흩어져 있는 연금을 모아서 보여주는 곳인데, 저는 여기서 예전 회사 퇴직연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발견했어요. 완전히 잊고 있던 돈이었습니다. 다만 조회 신청을 하면 자료가 모이는 데 며칠 걸리니까, 마음먹었을 때 신청부터 걸어두는 게 좋아요.

조회하면서 헷갈렸던 것도 몇 개 적어둘게요. 국민연금 예상액은 지금까지 낸 것만 반영한 금액과, 앞으로 계속 낸다고 가정한 금액이 따로 나옵니다. 저는 처음에 앞의 숫자를 보고 “이거밖에 안 되나” 했는데 두 개가 다른 거였어요. 그리고 화면에 나오는 금액이 현재가치 기준인지 미래 금액 기준인지도 표시가 되어 있으니, 그 부분을 확인하고 칸에 옮겨 적어야 나중에 계산이 꼬이지 않습니다.

칸 2 → 국민연금  + 퇴직연금  + 개인연금  = 월  만원

참고로 국민연금만으로 채워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해요. 2025년 7월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월 67만원 수준이고,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도 월평균 108만원 정도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농민신문 2025년 11월 보도). 부부가 각각 평균을 받아도 월 111만원 정도라고 하니, 칸 1에 적은 금액과는 차이가 나는 게 보통인 셈이에요.

칸 3 매달 부족한 금액

여기는 계산만 하면 됩니다. 칸 1에서 칸 2를 빼면 끝이에요.

칸 3 → (칸 1) − (칸 2) = 월 부족액  만원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보고 좀 멍했어요. 매달 이만큼을 어디선가 꺼내 써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아버지가 말씀하시던 “통장에서 그때그때 꺼내 쓴다”는 게 바로 이 부분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칸 4 몇 년치가 필요한가

은퇴 예상 나이와, 언제까지를 가정할지를 정하는 칸이에요. 저는 이 부분이 제일 감이 안 왔는데,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기대여명 자료를 참고해서 잡았습니다.

칸 4 → 가정 수명 세 − 은퇴 나이 세 = 년

여기서 하나 알게 된 게 있는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실제 퇴직 시점 사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 기간은 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구간이라 따로 표시해뒀습니다. 아버지도 이 구간을 지나고 계신 중이었어요.

칸 5 그래서 총 얼마인가

칸 5 → 월 부족액  × 12 × 년 =  만원

이게 흔히 말하는 “은퇴 자금”의 대략적인 규모예요. 물론 이 계산에는 빠진 게 많습니다. 물가는 계속 오를 거고, 모아둔 돈도 그냥 두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굴러갈 테니까요. 그래서 이 숫자를 정확한 목표액이라기보다 출발점 정도로 봤습니다.

계산하고 나서 따로 챙긴 것들

다섯 칸을 채우고 나니 오히려 빠진 게 눈에 들어왔어요. 몇 개는 바로 반영했습니다.

주거 형태를 먼저 정리했어요.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에 따라 필요 금액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월세라면 칸 1에 월세를 그대로 더해야 하고, 자가라도 관리비와 수선비는 계속 나갑니다. 저는 이 부분을 칸 1 안에 뭉뚱그려 넣었다가 따로 빼서 적었어요.

의료비는 뒤로 갈수록 커진다는 걸 감안했습니다. 앞서 본 조사에서도 노후 지출 항목이 식료품 다음으로 사회보험료, 보건의료비 순이었는데, 이건 평균이고 나이가 들수록 비중이 올라가는 항목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후반부 몇 년치는 생활비를 조금 높여 잡았습니다.

부부라면 같이 계산해야 한다는 것도요. 저는 처음에 제 것만 계산했다가 나중에 다시 했어요. 연금은 각자 받는 거라 두 사람 몫을 합쳐야 하고,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의 기간도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이건 좀 얘기하기 껄끄러운 주제인데, 그래도 숫자로 한 번은 짚고 넘어가는 게 맞다 싶었습니다.

아버지 계산도 같이 해드렸어요

제 것만 해보고 끝내려다가, 아버지 것도 한번 해보시자고 말씀드렸어요. 이미 은퇴하셨으니 칸 2는 실제 받고 계신 금액이라 정확했고, 칸 1도 지난 1년 통장 내역으로 뽑으니 추정이 아니라 실제값이 나왔습니다.

계산해보니 아버지 경우엔 부족액이 제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작았어요. 자가에 사시고 계셔서 주거비가 안 들어가는 게 컸습니다. 대신 아버지가 모르고 계셨던 게 하나 있었는데, 개인연금 하나가 아직 수령 신청이 안 돼 있더라고요. 통합연금포털에서 같이 확인하다가 발견했습니다. 이 건 하나만으로도 그날 앉아 있던 시간이 아깝지 않았어요.

계산을 마치고 나서 제일 크게 남은 건 총액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도 저도 몇 년째 “노후 준비해야지” 하고 말만 했지, 정작 매달 얼마가 들어오는지조차 확인해본 적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앞서 본 조사에서 86.6%가 자기 연금액을 모른다고 답한 게 남 얘기가 아니었던 거죠. 다섯 칸을 다 채우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는데, 그 한 시간을 몇 년째 미루고 있었던 셈입니다.

노후자금을 모으려면 투자나 저축 등 꾸준하게 해야할텐데요,
월급을 받으면 투자 비율은 얼마나 해야할지 같은 내용은 해당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 노후 최소·적정생활비와 연금 수령액 인지율은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2024년 실시한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제10차 부가조사'(전국 50세 이상 가구원이 있는 5,138가구, 8,394명 대상, 2025년 12월 발표) 결과를 보도한 기사들을 참고했습니다. 부부 기준 적정 노후생활비 336만원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과 현재 생활비 70~75% 기준은 농민신문 2025년 11월 보도 내용입니다. 연령대·지역별 생활비 차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웹진의 국민연금연구원 자료 설명을 참고했고, 구체적 수치는 국민연금연구원 누리집에서 원 보고서로 확인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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